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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그저 좋은 줄 알았다 : 일본 생활의 끝

by sigrid_ 2026. 7. 3.

 

 

 

 

 

혼자는 그저 좋은 줄 알았다!

 

30대연애

 

 

 

 

스물넷.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만 믿고 일본으로 떠났다.

 

늦은 유학이었지만 두려움보다 기대가 더 컸다. 학교를 다니며 생활비를 벌었고, 무사히 졸업한 뒤에는 도쿄 한복판의 IT 회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 단정한 옷차림으로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서른을 향해 천천히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외국에서 일하면 매일이 특별할 줄 알았다.

하지만 서울이든 도쿄든 24시간 하루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반복. 그렇게 하루가 지나면 또 같은 하루가 시작됐다.

 

무미건조하다 못해 챗바퀴 도는 다람쥐가 되어가는 퇴근길.

붐비는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골목길을 걷다 보면 작은 꽃집 하나가 있었다. 늘 지나치기만 했던 곳인데, 어느 날은 은은하게 퍼지는 꽃향기에 발걸음이 멈췄다.

 

구치나시(口無し)

 

가게 한쪽에 장미를 닮은 새하얀 꽃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도 낯설고 꽃도 낯설었지만 이상하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작은 화분 하나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몰랐다.

 

그 화분이 타지 생활에서 가장 많은 인사를 나누는 존재가 될 줄은.

 


 

 

 

 

 

 

몇 달 뒤, 유학생 선후배 모임이 있어 퇴근 후 신오쿠보로 향했다.

 

오랜만에 한국말이 가득한 공간.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하다가 나는 별생각 없이 말했다.

 

"요즘 식물 키우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야야야, 타지 생활하면서 초록 식물 키우기 시작하면 거 외롭다는 증거야. 혹시 그 식물이랑 대화까지 하면 완전 위험한 거고.

 

 

 

순간 식당 안이 웃음바다가 됐다. 그런데 그 순간 여기저기서 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나도 키우는데?"

"나도."

"우리 집에도 초록이 몇 개 있어."

 

외로운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다.

 


 

 

 

 

 

 

 

그날 이후에도 나는 변함없이 화분을 돌봤다.

 

흙은 마르지 않았는지.

햇볕은 잘 드는지.

바람은 충분한지.

 

그리고...

말도 걸었다.

 

"다녀왔어."

"오늘도 덥지?"

"잘 있었어?"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은은한 꽃향기만 방 안을 채울 뿐이다.

 

그때는 인정하지 않았다.

내가 외롭다는 사실을.

그저 식물을 좋아하게 된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작은 화분은 혼자 사는 집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존재였다.

 

그래서였을까.

무심코 건넨 인사가 어느새 하루의 습관이 되어 있었다.


 

 

 

 

 

 

시간은 흘렀고, 꽃은 시들었다.

그리고 나도 일본 생활을 정리했다.

 

힘들게 들어간 회사도, 익숙해진 동네도, 수없이 오르내렸던 전철도 뒤로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스무 살 후반의 나는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공부했고, 일했고, 버텼다.

 

6년만에 돌아온 뒤에는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을 주기로 했다.

 

'백 일만 아무것도 하지 말자.'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집밥을 먹고, 늦잠도 자고, 그동안 쉬지 못했던 시간을 마음껏 쉬어보자고.

그런데...

사람은 참 이상했다.

 

그토록 혼자 있고 싶었던 내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무료함을 견디지 못했다.

운전면허를 따고, 사람을 만나고, 결국 다시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

 

혼자가 좋아 떠났던 내가,

결국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지금도 가끔 그때를 떠올린다.

 

혼자 살아 보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외로움도 혼자 견디는 것이 어른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알게 됐다.

혼자 있는 것과 외롭지 않은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그 작은 화분 하나가 내게 알려준 것도 결국 같은 사실이었다.

사람은 생각보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을 때 더 잘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깨달음은, 혼자 서른을 살아가는 나에게 또 다른 질문들을 남겼다.

 

'취미를 좀 더 늘려가면, 외로움이란 빈자리는 잊혀질까?'

'아니면 생김새가 달라지면 누군가 나타나려나?'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보려 한다. 

 

 

 

 

 

 

 

 

 


혼자 잘 지내는 것과, 외롭지 않은 것은 다릅니다!   

 

돌아보면 저는 '혼자 잘 지내는 사람'이라고 믿으며 살았습니다.

혼자 여행도 할 수 있고, 해외에서도 살 수 있었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식물에게 "다녀왔어."라고 인사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존재라는 것을요.

외로움은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누군가와 함께 웃고 싶다.'
'내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든다면, 그것은 약해진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작은 질문 하나를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 지금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 바쁜 일상 속에서 내 마음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 나는 정말 혼자가 좋은 사람일까요, 아니면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진 사람일까요?

 

정답을 바로 찾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조금씩 자신을 알아가기 시작하니까요.

 

그리고 한 가지 작은 행동도 해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가장 편안한 사람에게 먼저 안부를 전해보세요.

짧은 메시지 한 통도 좋고, 커피 한잔을 제안하는 것도 좋습니다.

 

누군가와의 연결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아주 작은 인사에서 시작되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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