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총수 지정'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냥 뉴스에서나 나오는 딱딱한 행정 용어쯤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명칭 문제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기업이 커질수록 규제와 경영권 문제가 서비스 경쟁만큼이나 치열해진다는 것, 이번 사건이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동일인 지정, 왜 이게 그렇게 중요한가
쿠팡이 문제 삼는 핵심은 바로 동일인(同一人) 지정입니다. 여기서 동일인이란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을 가리키는 용어로, 쉽게 말해 법적으로 공인된 '그룹 총수'입니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본인뿐만 아니라 친족 범위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고, 계열사 현황 신고 의무나 내부거래 감시 같은 굵직한 규제들이 함께 따라붙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습니다. 쿠팡 측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주된 논거는 두 가지입니다. 김범석 의장이 미국 국적자라는 점, 그리고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외국 법인 구조라는 점입니다. 주주 분산 구조가 명확한 글로벌 기업에 국내 재벌 규제 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주장입니다.
반면 공정위는 형식적 지배 구조가 아니라 실질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실질적 지배력(Effective Control)인데, 이는 주식 보유 비율이나 국적과 무관하게 특정 인물이 기업 의사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따지는 기준입니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김범석 의장이 의결권 구조상 쿠팡 그룹 전반에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본 셈입니다.
제가 직접 기업 지배 구조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깨달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쿠팡은 클래스A·클래스B 이중 주식 구조(Dual-Class Share Structure)를 채택하고 있는데, 여기서 클래스B 주식이란 일반 주주보다 훨씬 강력한 의결권을 부여받는 주식 구조를 말합니다. 창업자나 특정 내부자가 지분율이 낮더라도 실질적으로 회사를 통제할 수 있게 해주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 때문에 공정위의 '실질 지배력'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번 소송에서 쟁점이 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국적과 무관하게 실질적 지배력만으로 동일인을 지정할 수 있는가
- 외국 상장 법인 구조에 국내 기업집단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적법한가
- 이중 주식 구조(Dual-Class Share)에서 의결권 집중이 '지배'의 근거가 될 수 있는가
플랫폼 기업 규제, 기존 재벌 틀로 담을 수 있을까
저는 쿠팡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냥 빠른 배송 서비스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쿠팡페이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걸 보면서 "이건 단순 이커머스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비자로서 편리함을 누리는 동시에, 이 거대한 플랫폼이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감각도 생겼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쿠팡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플랫폼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 체계, 즉 공정거래법 제14조 기반의 대기업집단 지정 체계가 이 새로운 형태의 기업을 담기에 충분한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이미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대상 기업집단은 총 88개로,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 기업이 포함됩니다(출처: 공정거래위원회). 전통적 제조·금융 기반 재벌과 달리, 플랫폼 기업은 자산보다 데이터와 네트워크 효과가 핵심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규제 기준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여기서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란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서비스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전통 기업과 다른 방식으로 형성된다는 점에서, 기존 자산 중심 규제 기준만으로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정확히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플랫폼 기업에 특화된 별도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김범석 총수 지정 취소하라" 쿠팡, 공정위에 소송
개인적으로는 규제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제 경험상,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그에 맞는 책임 구조가 명확하지 않으면 소비자와 시장 모두 신뢰를 잃게 됩니다. 다만 글로벌 경쟁을 하는 플랫폼 기업에 국내 규제를 지나치게 경직되게 적용하면 성장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해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디지털 플랫폼 규제에 있어 '혁신 저해 없는 공정 경쟁 환경 조성'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출처: OECD). 규제와 혁신 사이의 균형, 그게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이라고 봅니다.
결국 이번 쿠팡 소송의 결과가 단순히 김범석 의장의 총수 지정 여부를 넘어,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의 규제 방향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누가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는가"를 명확히 하는 방향 자체는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그 영향력도 커지는 만큼, 책임 구조 역시 그에 비례해야 시장의 신뢰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또는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