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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없어도 끝까지 예체능 시켜야 하는 이유, 성적보다 중요한 선물

by sigrid_ 2026. 6. 10.

재능 없어도 끝까지 예체능 시켜야 하는 이유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몇 년이 지나면 부모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피아노 재능이 없는 것 같아."

"태권도는 잘하는데 미술은 영 아닌 것 같더라."

"축구를 시켜도 두각을 못 나타내는데 계속해야 할까?"

 

저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예체능을 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재능이라는 단어와 마주하게 됩니다. 남들보다 잘하는지, 발전 속도는 어떤지, 계속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최근 스탠퍼드 교육대학원 전 부학장인 폴 킴 교수의 강연과 책을 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예체능의 목적은 잘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성장시키는 데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체능의 진짜 목적은 프로 선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운동선수나 음악가가 되지 않습니다. 피아노를 배운다고 모두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고, 축구를 한다고 모두 국가대표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이에게 예체능을 시킵니다. 왜일까요?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끈기.

실수해도 다시 도전하는 회복력.

몸과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

친구들과 함께 협력하는 경험.

 

사실 이런 능력들은 학교 시험에서는 측정되지 않지만 사회에 나가서는 매우 중요한 역량이 됩니다. 폴 킴 교수가 강조하는 미래 교육 역시 단순한 지식 습득보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경험과 태도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제 아들도 예체능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천재적인(?) 재능이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콩쿠르에서 상을 휩쓰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특별히 영재라고 이야기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를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되던 곡을 연습해서 결국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

실수했던 부분을 반복 연습하며 극복하는 과정.

무대에 올라가기 전 긴장감을 견디는 경험.

 

이런 것들은 피아노 실력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더라고요. 좋아하는 전철의 진입음을 알아내서 피아노로 직접 연주하며 기뻐하기도 하고, 관심있는 음악을 본인 손으로 연주하고 싶어하는 아이의 모습도 보면서 결과보다 과정에서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호기심

 

 

 

 

 

예체능의 힘 : AI가 대신할 수 없는 능력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많은 직업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암기와 계산, 정보 검색은 이미 AI가 인간보다 훨씬 잘하는 영역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아이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폴 킴 교수는 자신만의 가치를 가진 "The One"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도 이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예체능은 정답이 없는 분야입니다. 음악을 들으며 감동을 느끼고, 그림을 보며 상상하고, 운동을 하며 몸을 움직이는 경험은 단순한 지식 습득과는 다릅니다. 창의성, 감성, 몰입, 표현력은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AI 시대일수록 예체능의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경험이다

 

 

얼마 전 아들과 전철을 타고 서점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전철과 버스를 좋아하는 아이는 그날도 눈을 반짝이며 여러 가지를 관찰했습니다. 버스 번호를 적고, 차량 구조를 살펴보고, 나중에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며 노트에 기록까지 해두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이가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능력이라는 사실을요. 좋아하기 때문에 집중하고, 집중하기 때문에 배우고, 배우기 때문에 성장합니다. 예체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능이 있어서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경험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에 계속하는 것입니다. 물론 중간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분야를 더 좋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이의 가능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자란다

부모는 종종 결과를 보고 판단합니다. 상을 받았는지, 실력이 늘었는지, 재능이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성장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길고 복잡합니다. 오늘의 피아노가 내일의 집중력이 될 수 있고, 오늘의 축구가 미래의 리더십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미술이 훗날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예체능을 바라보는 기준을 조금 바꾸려고 합니다.

 

잘하느냐 못하느냐보다 즐기고 있는가.

결과를 내고 있느냐보다 성장하고 있는가.

재능이 있느냐보다 스스로 몰입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체능은 아이를 예술가나 운동선수로 만들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을 즐기고, 자신을 표현하고, 실패를 견디고, 끝까지 해내는 힘을 길러주는 과정입니다.그러다 보니, 저는 앞으로도 아이가 특별한 재능을 보이지 않더라도 예체능을 쉽게 포기시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아이가 평생 가져갈 가장 소중한 능력은 재능이 아니라,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끝까지 해보는 경험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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