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가 2025년 1분기 24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오랫동안 "새벽배송은 돈을 못 버는 구조"라는 말을 들어온 터라,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실적 개선: "성장만 하는 플랫폼"이라는 오명을 벗다
저도 컬리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한 가지 의문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포장을 두껍게 하고 새벽에 배송까지 해주면서 과연 이익이 남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시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GMV(Gross Merchandise Volume) 경쟁에 올인하고 있었습니다. GMV란 플랫폼에서 거래된 상품의 총액을 의미하는데, 실제 이익보다 시장 점유율을 먼저 가져가겠다는 전략의 핵심 지표였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 쿠폰이 쏟아지니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지속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의문이 현실로 드러난 건 금리 인상 이후였습니다.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적자를 감수하며 점유율을 늘리던 플랫폼들이 일제히 비용 구조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컬리도 예외는 아니었고,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다 중단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홍역을 치렀습니다. IPO란 비상장 기업이 주식시장에 처음 상장해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 판매하는 것을 말하는데, 당시 적자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번 1분기 영업이익 242억 원은 그 흐름이 바뀌었다는 신호입니다. 컬리가 선택한 방향은 크게 두 가지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비용 효율화, 그리고 프리미엄 신선식품 중심으로 상품 구성을 좁히는 전략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쿠폰 빈도가 확실히 줄었고 대신 기획 상품이나 단독 입점 브랜드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할인이 없지?" 싶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게 수익성을 살리는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수익성 지형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는 통계를 보면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꾸준히 성장해 2024년 기준 연간 300조 원을 넘어섰지만, 플랫폼별 수익성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출처: 통계청). 규모가 크다고 반드시 돈을 버는 시대가 아니라는 걸 시장 전체가 실감하고 있는 시점에서, 컬리의 흑자 전환은 단순한 분기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컬리의 실적 개선 배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신선식품·프리미엄 식품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마진율을 높임
- 과도한 쿠폰·프로모션 비용을 줄이고 충성 고객층 중심으로 운영 구조를 전환
- 물류 효율화를 통한 단위당 배송비 절감
- 신규 고객 유치보다 기존 회원의 재구매율(리텐션) 제고에 집중
충성 고객과 IPO 재추진: 기대와 현실 사이
저 역시 컬리를 꽤 오래 써온 사용자입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쿠폰이 있을 때만 이용했습니다. 첫 구매 할인, 신규 회원 혜택 같은 것들을 노려가며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할인 없이도 주문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변화는 이랬습니다. 바쁜 날 밤 11시에 주문해서 다음 날 아침에 받는 경험이 몇 번 반복되니까, 배송 품질 자체가 하나의 구매 이유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컬리가 쌓아온 록인(Lock-in) 효과입니다. 록인이란 소비자가 특정 플랫폼이나 서비스에 익숙해져 다른 곳으로 쉽게 이동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새벽배송이라는 경험 자체가 습관이 되어버리면,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떠나기가 어려워집니다. 특히 신선식품 카테고리는 한 번 믿을 수 있는 채널을 찾으면 잘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컬리가 충성 고객층을 만든 건 분명한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IPO 재추진이 순탄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신중해야 합니다.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핵심 지표는 EBITDA(에비타)입니다. EBITDA란 이자·세금·감가상각 등을 빼기 전 이익을 의미하는데, 기업이 본업에서 실제로 얼마나 현금을 창출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상장 심사에서 중요하게 활용됩니다. 1분기 흑자라는 성과는 분명하지만, 투자자들은 이 흐름이 분기 단위 이벤트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전환점인지를 훨씬 더 냉정하게 들여다볼 것입니다.
새벽배송 '컬리' 흑자 전환의 의미
또 하나 제가 개인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은 소비 침체입니다. 프리미엄 식품 전략은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때 유효합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 추이를 보면, 2024년 하반기 이후 소비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란 소비자들이 경기와 소비를 어떻게 느끼는지 수치로 나타낸 지표인데, 이 지수가 낮을수록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입니다. 프리미엄 전략이 소비 침체 구간에서도 유효할지는 앞으로 몇 분기를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습니다.
쿠팡이라는 거대한 경쟁자가 여전히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쿠팡은 로켓와우 멤버십을 통해 구독 모델로 충성 고객을 묶어두고 있고, 신선식품 영역에서도 꾸준히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컬리가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유지하려면 "새벽에 빠르게 오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컬리에서만 살 수 있는 단독 상품이나 큐레이션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기는 한데, 이게 장기적 해자가 될 수 있는지는 좀 더 지켜볼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흑자 전환이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히 숫자가 좋아져서가 아닙니다. "성장이냐 수익이냐"의 이분법에서 한쪽을 선택해야 했던 플랫폼 기업들이 이제는 둘을 함께 가져가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IPO가 재추진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고, 결국 향후 2~3분기의 실적이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컬리가 만들어온 새벽배송이라는 경험이 진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는지, 저도 한 명의 소비자이자 관찰자로서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관련 의사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