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라면 코너를 지나다가 불닭볶음면이 눈에 들어온 적 있으신가요. 저는 얼마 전 삼양식품 관련 기사를 보다가 해외 매출이 2016년 930억 원에서 지난해 1조 8,838억 원으로 뛰었다는 숫자를 보고 잠깐 멈칫했습니다. 그냥 "불닭 잘 팔리네" 수준이 아니라, 회사의 체질 자체가 바뀐 수치였거든요. 불닭볶음면 하나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리고 이게 정말 지속 가능한 성장인지 한번 따져봤습니다.

삼양 불닭볶음면! K-푸드의 변화
제가 처음 미국에 있을 때만 해도, 현지 슈퍼마켓 아시아 식품 코너는 사실상 일본 브랜드 차지였습니다. 닛신, 마루짱 같은 일본 라멘 브랜드가 진열대를 꽉 채우고 있었고, 한국 라면은 운 좋으면 한두 종류 구석에 끼어 있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몇 년 뒤 다시 찾아간 마트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한국 라면 전용 코너가 따로 생겨 있었고, 불닭볶음면은 오리지널부터 까르보, 핵불닭까지 라인업이 줄지어 진열돼 있었습니다. 심지어 현지 학생들이 "스파이시 코리안 누들 챌린지"를 이야기하며 불닭을 고르는 장면을 직접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상이나 기사에서 봤을 때와 실제 눈으로 확인하는 건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전략이 있습니다. 바이럴 마케팅이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공유하며 브랜드를 확산시키는 방식을 말합니다. 불닭볶음면의 "불닭 챌린지"가 유튜브와 틱톡에서 수억 뷰를 기록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삼양식품은 광고비를 따로 쓰지 않아도 소비자가 알아서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구조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자료에 따르면, K-푸드 수출액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라면류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숫자보다 인상적인 건, 이 흐름이 단순한 반짝 유행이 아니라 아시아 식품 코너의 구조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외시장 수출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16년 26%에서 지난해 80%까지 올랐습니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건 단순히 해외에서 많이 팔린다는 게 아닙니다.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이 회사의 생존을 좌우하는 구조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이 전환을 이끈 인물이 김정수 회장입니다. 삼양식품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며느리로 1998년 입사한 그는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며 이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오너 경영인이라 잘 됐겠지"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해외 매출이 20배 가까이 늘어난 건 운이나 배경이 아니라, 브랜드 포트폴리오(Brand Portfolio)를 단계적으로 구축한 결과입니다. 브랜드 포트폴리오란 하나의 기업이 여러 브랜드나 제품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시장을 넓혀가는 전략을 뜻합니다. 불닭볶음면을 시작으로 소스, 스낵, 간편식까지 확장한 삼양의 행보가 이에 해당합니다.
삼양식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한 핵심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불닭 챌린지 등 소셜미디어 바이럴 마케팅을 통한 자발적 브랜드 확산
- 오리지널 → 까르보 → 핵불닭 → 치즈 등 라인 익스텐션(Line Extension)으로 소비층 다변화
- 소스, 간편식 등 인접 카테고리로의 카테고리 확장 전략
- 현지 유통망과의 협력을 통한 오프라인 접점 확대
라인 익스텐션이란 기존 브랜드명을 유지하면서 맛, 형태, 용량 등을 달리한 파생 제품을 출시하는 방식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익숙한 브랜드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고객을 유입하면서도 기존 충성 고객을 지킬 수 있는 전략입니다.
K-푸드 브랜드전략, 지속 가능한 성장인가
서울 명동이나 광화문을 다녀오면 이 변화가 더 실감납니다. 제 경험상 외국인 관광객 국적이 몇 년 새 훨씬 다양해졌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한가득 사가는 장면도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예전 같으면 일본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던 자리를 이제는 동남아시아, 유럽, 중동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K-푸드가 진짜 트렌드냐, 아니면 한류 붐에 얹혀가는 거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둘 다 사실이지만, 지금은 음식 자체가 독립적인 콘텐츠가 됐다고 봅니다. 김밥, 떡볶이, 치킨이 해외 SNS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건 드라마나 K-POP의 후광만으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한국식 매운맛 자체가 하나의 경험 카테고리가 된 것입니다.
다만 현재의 인기가 계속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벽도 있습니다. 식품 수출에서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과 같은 국제 식품안전 인증이 필수 조건으로 작용합니다. HACCP이란 식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통제하는 국제 품질관리 체계를 말합니다. 해외 대형 유통망에 입점하려면 이런 인증 없이는 문 자체가 열리지 않습니다. 한국 식품 수출이 지금처럼 성장하려면 품질 관리와 프리미엄 이미지가 함께 따라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라면을 포함한 한국 식품 수출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주요 수출 대상국도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으로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매운 라면 하나의 인기가 아니라, 한국 식품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쌓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예전에는 해외에서 "아시아 음식"이라고 하면 일본이나 중국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그 자리에 한국이 당당히 올라와 있고, 그 중심에 불닭볶음면이 있습니다. 앞으로 삼양식품이 라면 브랜드를 넘어 종합 푸드 기업으로 어떻게 자리를 잡아나갈지, 지켜볼 이유가 충분해 보입니다. 혹시 해외 여행 중에 현지 마트에서 한국 라면 코너를 만난다면, 한번 유심히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그 진열대가 꽤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3946751?ntype=RANKING